작전회의실을 넘어: 한국 축구는 왜 저력을 발휘하지 못하는가?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실망스럽게 탈락했다. 조별 마지막 경기 직후, 절반이 넘는 확률로 다음 라운드 진출 가능성이 있었으나, 결국 조 3위에게 주어지는 32강 진출 경우의 수에서 최대 피해자가 되었다. 이후 홍명보 감독은 국가적인 비난에 직면했다. 

한국의 여러 장소에서 출입을 금지당한 홍 감독은 한국을 떠났지만, 로스앤젤레스의 여러 한식당에서도 똑같이 문전박대를 당했다.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은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에 축구국가대표팀의 준비 과정과 감독 선임 과정 모두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홍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그가 물러날 때 대표팀의 경기력은 그가 부임했을 당시와 변함없이 거의 같은 수준이었으며, 선수단의 기량을 고려했을 때 예상되는 수준과도 대체로 비슷하다(더 많은 경기 표본과 기저 경기력 지표를 반영한 TFG의 전체 팀 평점 기준). 결국 이런 실패의 원인은 감독 한 명에게만 있는 경우가 드물며, 대개는 시스템 전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축구의 현주소 

한국은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5천만 명이 넘는 인구, 선진화된 경제, 그리고 깊이 있는 축구 문화 및 넓은 축구동호인 저변까지 갖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 국가대표팀의 선수단 기량은 TFG 평가 기준 세계 35위에 그친다. 이보다 훨씬 작은 인구를 가진 여러 나라들이 훨씬 더 나은 대표팀을 만들어내고 있다(예: 노르웨이 11위, 크로아티아 14위). 

그러나 노르웨이, 크로아티아 등과의 차이는 프로 선수 저변 자체에 있지 않다. 한국은 프로 축구 선수 수에서 세계 20위로, 노르웨이와 비슷하며 크로아티아보다 앞선다. 그러나 프로 선수를 세계 최정상급 프로축구 선수로 전환시키는 ‘성공률’은 현저히 낮다. TFG 평점 기준으로 한국은 세계 100위 안에 드는 선수가 한 명도 없으며, 500위 안에도 단 3명만 이름을 올린다. 이 3명 중에서도 순수하게 국내 시스템에서 배출된 선수는 김민재뿐이다. 이강인은 스페인(발렌시아)에서 성장했고, 손흥민은 16세에 독일(함부르크)로 떠났기 때문이다. 

 

  1. 단절된 유소년 시스템, 너무 늦은 타이밍의 프로 선수 전환

선수 경력 초반의 프로 출전 시간은 성인 엘리트 선수로 성장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다. 그러나 한국 1부 리그(K리그1)는 이번 월드컵 참가국 가운데 자료가 확인 가능한 국가들 중 U21 선수에게 부여한 출전 시간 비중이 가장 낮았다. 어린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국가대표팀 및 프로리그의 성공을 보장하는 요소는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 주요 국가들 대부분은 자국 리그에서 잠재력 발현기의 청소년 선수들에게 높은 비중의 출전 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단절된 유소년 시스템을 반영한다. 엘리트 고교(U18) 주말리그 참여 팀들과 K리그 유스 U18 아카데미는 서로 다른 리그에서 경쟁하기 때문에, 한국 최고의 16~18세 선수들이 한 시즌 내내 서로 맞붙을 기회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더해 상당수 한국 선수들은 대학 축구를 거쳐 성장하는데, 이런 구조는 이들의 프로 데뷔 시점을 세계적 수준의 선수들 대부분이 이미 여러 시즌을 소화한 나이대로 늦추는 결과를 낳는다. 

구조적 개혁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최소한의 비용으로 구단 스포츠 부문의 핵심 보직자인 감독, 스포팅 디렉터, 스카우트 디렉터 등에 대한 단기적인 인센티브 구조를 손봐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대다수의 프로팀 감독과 스포팅 디렉터(혹은 테크니컬 디렉터)가 여전히 오로지 팀의 리그 및 컵 대회 승리로만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평가 기준에는 유스팀 청소년 선수의 프로 전환과 육성을 포함해 구단에 창출되는 장기적 가치도 함께 반영되어야만, 현재 한국 축구가 가진 구조적 문제에 손을 댈 수 있다. 

 

  1. K리그의 낮은 효율의 선수 인건비 지출

국내 리그의 수준은 국가대표팀 성공을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선수들이 엘리트 궤도에 오르려면 경력 초반부터 양질의 출전 시간을 확보해야 하며, 수준 높은 리그는 상업적 투자와 축구 팬덤을 비롯한 축구산업 내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함께 견인한다. K리그1은 현재 세계 28위 리그에 그치며, 한때 한국을 롤모델로 삼았던 이웃 나라 일본의 1부 리그가 세계 15위로 성장한 것과 뚜렷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단순히 선수단에 돈을 더 쓰는 것이 리그 및 클럽 운영의 정답인 경우는 드물지만, 구단 지출이 성적의 예측 변수로서 유독 약한 한국에서는 이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TFG의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주요 리그에서는 연봉 지출과 팀 성적 간 상관관계가 80% 이상을 보이는 반면, K리그에서는 이 상관관계가 40%에 가깝다. 이는 골 득점 타이밍부터 xG(기대 득점)값까지 다양한 지표를 반영한 TFG의 전체 경기력 평점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단순 승점 총합과의 상관관계는 이보다도 낮은 약 20%에 그친다. 예를 들어 전북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연봉 총액을 쓰고도 2024시즌 12개 팀 중 10위에 그쳤다가, 같은 예산으로 2025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울산은 그 반대의 경우로, 2024시즌 우승 이후 가장 많은 지출을 하고도 다음 시즌 9위에 머물렀다. 포항은 울산과 전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출로 2024시즌 전체 경기력 2위를 기록했다(리그 최종 순위는 4위). 

이러한 상관관계는 오히려 한국 구단들에게 기회가 된다. 이 격차를 좁히는 데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자금이 아니라 더 나은 의사결정 및 구조 확충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선수단 예산의 극히 일부만이라도 ‘조직적 지능(organizational intelligence)’을 구축하는 백오피스 기능에 투입하는 방법이 있다(예: 지출이 실제 가치를 반영하도록 보장하는 제대로 된 선수 평가 프로세스 구축). 

 

  1. 의미 있는 재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는 K리그의 이적료 수익

전 세계 축구구단들은 2025년 한 해에만 국제 이적 시장에 115억 유로(한화 약 18조 원) 이상을 지출했다. 이는 10년 전 대비 3배가 넘는 규모다. 유럽 빅5 리그 밖의 리그들에게는, 선수 트레이딩을 통한 수익 확보가 이제 게임 자체와 육성 시스템에 재투자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수익 성장의 핵심 경로가 되고 있다. 지출 효율성 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K리그 구단들은 많은 선수들이 이미 요구되는 수준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러한 수익을 확보하기에 충분히 유리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구단들은 현재 가장 비슷한 수준의 해외 리그들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 리그 수준에서 K리그와 가장 근접한 8개 1부 리그(폴란드, 그리스, 크로아티아, 스코틀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오스트리아, 덴마크)들은 지난 5년간 평균적으로 시즌당 8,200만 유로(약 1,290억 원)의 이적료 수익을 올렸다. 반면 K리그1 구단들은 시즌당 1,200만 유로(약 190억 원)에 그치고 있어, 비슷한 수준의 리그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 대비 시즌당 약 6,000만 유로(약 940억 원)를 놓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격차의 일부는 유럽 구단들의 영입 비효율성을 반영하기도 한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자국과 가까운 전통적인 영입 시장의 선수들을 선호하며 한국 내 동등한 수준의 인재를 간과해왔다.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개방성이 커지는 만큼, 한국 구단들은 이러한 새로운 수익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적절한 운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결론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조사는 필연적으로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의 운영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국가대표팀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는 국내 리그의 활동과 지원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 앞서 논의한 요인들은 대규모 신규 자본 투입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오히려 축구에 이미 투입되고 있는 자금을 더 잘 배분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검토가 본 칼럼에서 다룬 요인들뿐 아니라 한국 축구 운영 시스템 전반을 되짚어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By Jordan Heath, Twenty First Gorup  

 

 

업무 협의: 한국 총괄 최호영 이사 (fnsincbusiness@gmail.com / 010-6967-4252) 

 

Twenty First Group(TFG) 데이터와 축구 지능(Intelligence)을 기반으로 구단, 협회, 리그의 전략 수립을 돕는 글로벌 축구 컨설팅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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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rdan Heath
General Manager, AP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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